유럽 거리 곳곳을 누비던 작고 세련된 해치백, 바로 그 모델이 한동안 더 살아남게 됐다. 한때 2026년을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할 뻔했던 A 클래스 이야기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결정이 단순히 ‘모델 한 개의 연장전’이 아니라, 벤츠 전체 소형차 전략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배경에는 생각보다 끈질겼던 유럽 소비자들의 선택이 있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화 역시 그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유럽 소비자의 선택이 바꾼 시나리오

벤츠 A클래스 유럽 인기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처음에는 벤츠가 2026년을 끝으로 A 클래스의 생산을 접으려던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장의 현실은 달랐다. 기대와 달리 유럽에서는 여전히 이 차를 찾는 이들이 많았던 것. 실제로,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2만 7천 대가 넘는 물량이 새주인을 찾았다. 10명 중 1명꼴로 전년보다 덜 팔리긴 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벤츠 본사 내부 결정도 바뀌었다. 독일 현지에서 생산을 진두지휘하는 책임자 요르크 부르처는 “정확한 종료 시점을 확정하진 않았다”며, 당분간 공장 라인에서 A 클래스가 더 만들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 결정의 이면에는, 새로운 전기차 투입을 앞둔 생산 네트워크 조정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마지막 세대의 의미와 후속 전략 변화

벤츠 A클래스 생산 연장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지금 판매 중인 A 클래스는 2018년 등장한 4세대 버전이다. 2022년 한 차례 디자인과 기능을 손본 뒤, 올해까지도 유럽 도로 위에서 활약 중이다. 연장 결정으로 이 모델의 수명은 10년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벤츠 측은 “완전히 새로 디자인하는 후속 차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의 청사진은 이미 그 이후를 향한다. 엔트리 포지션은 앞으로 신형 CLA가 전담하게 된다. 동시에 소형차 라인업도 대폭 줄인다. 독일 라슈타트 공장에서 이뤄지던 A 클래스 생산은 헝가리 케치케메트 공장으로 이동한다. 한편, B 클래스는 예고대로 2026년에 막을 내린다. 전체적으로 7개나 되던 작은 차종들은 4종만 살아남는다.

신차와 전동화, 벤츠의 다음 한 수

벤츠 A클래스 전동화 신차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흔히 자동차 한 대의 운명은 시장이 결정한다고 한다. 이번 A 클래스 연장전 역시 그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벤츠의 장기 전략 변화가 자리한다.

새롭게 주목받는 신형 CLA는 MMA라는 최신 플랫폼 위에서 만들어진다. 전기차 버전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슈팅브레이크’ 형태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GLA, GLB 같은 다른 소형 SUV들까지 MMA 플랫폼으로 갈아탈 준비를 하고 있다. 벤츠는 이렇게, 전동화 시대를 준비하며 브랜드 성격을 조금씩 재정립해 나가는 중이다.

시장 반응과 업계 전망

A 클래스의 올해 유럽 판매 실적은 한풀 꺾였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의미 있는 수치로 평가한다. 비슷한 시기 B 클래스는 6천 대에 그치며,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다. 업계 분석가들은 벤츠의 이번 선택이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미래 전략의 ‘예고편’이라고 본다.

이처럼 ‘마지막 시즌’에 들어선 A 클래스는, 유럽 소비자들의 선택과 벤츠의 미래 전략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중이다. 다음 무대의 주연들은 이미 준비되고 있지만, 벤츠의 작은 별은 아직도 누군가의 첫 차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