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믹스커피로 하루를 여는 직장인 김씨는 최근 마트 진열대 앞에서 잠시 멈췄다. 늘 사던 커피믹스 가격표가 바뀌어 있었다. 원두커피 한 잔 가격이 부담스러워 믹스커피로 눈을 돌렸건만, 이젠 이 작은 봉지도 예전만큼 가벼운 선택지가 아니다.

커피믹스, 한때는 ‘소확행’의 대표주자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익숙하던 가격마저 두 자릿수 가까이 뛰면서, 작은 사치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오르는 것은 원두뿐만이 아니었다. 생활 필수품 전반에 걸쳐 부담이 커져가는 현실 속, 커피믹스도 결국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물가 변화와 커피믹스 가격 인상 배경

커피믹스 가격 인상 표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올해 4월부터 6월 사이, 소비자단체가 조사한 생활필수품 가격 변화에 따르면 10가지 상품 중 7개 이상이 지난해보다 비싸졌다. 특히 맛김, 분유, 그리고 믹스커피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믹스커피만 놓고 보면, 프렌치카페 카페믹스가 약 12% 상승했고, 맥심 모카골드 믹스도 11% 이상 올랐다.

인상폭이 큰 품목들이 대부분 자주 구입하는 제품들이다 보니, 장바구니를 드는 손길이 이전보다 무거워졌다는 탄식이 들린다. 일시적인 할인 행사도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되살리기엔 역부족. 무엇보다 원재료 가격이 내려갔음에도 최종 가격은 좀처럼 내려갈 줄을 모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

커피 원두값 하락과 업계의 상이한 해석

커피 원두 가격 변동 그래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특이하게도, 최근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등 주요 커피 원두의 국제 시세는 내림세를 그리고 있다. 7월 기준 아라비카 원두는 한 달 새 13% 가까이, 올해 초 고점 대비 28% 정도 가격이 낮아졌다. 로부스타 역시 3분의 1 이상 하락했다.

그런데도 완제품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원두값만이 가격을 결정짓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건비, 물류비, 광고비 등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동서식품 등 대형 커피업체들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평균 7% 넘는 인상을 단행했다.

글로벌 변수와 커피 공급 구조의 변화 가능성

커피 가격표 인상 모습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커피 시장을 뒤흔들 또 다른 요인도 등장했다. 세계 최대 원두 수출국 브라질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응해 수출 전략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브라질산 원두는 한국에도 연간 6만 톤 넘게 들어오는데, 미국에 대한 수출이 줄면 아시아와 유럽 쪽 비중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 원두 시장의 흐름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원두 가격이 최근엔 안정세지만, 글로벌 무역 정책이나 기후 이슈가 언제든 또 다른 변동성을 불러올 수 있단 의미다.

소비자의 새로운 선택 기준과 반응

커피믹스 가격 인상 표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커피믹스는 오랜 기간 가격과 편리함으로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고 나니, 소비자들도 점점 더 신중하게 장바구니에 담는다. 유통업계에서는 “할인 행사를 해도 예전만큼 반응이 뜨겁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복되는 인상 소식에 브랜드 충성도까지 흔들리는 실정이다.

원재료값이 내렸음에도 커피믹스, 식료품 가격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부담은 쉽게 줄지 않을 전망이다. 이제 한 잔의 믹스커피도, ‘가성비’를 넘어 ‘지갑 사정’을 먼저 따져보는 세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