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성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고정관념, 과연 진실일까? 유럽의 대형 자동차 모임인 ADAC가 이 질문에 직접 답했다. 이들은 4년 동안 폭스바겐의 순수 전기 해치백 ID.3를 혹한, 혹서, 장거리 주행 등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키며 배터리의 실제 내구성을 파헤쳤다. 그 결과, 16만km를 달리고도 배터리가 10명 중 9명꼴로 초기 상태를 유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실험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배터리 내구성이기 때문. 이번 조사로 중고 전기차 가치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제시될 전망이다.

배터리 성능 유지, 새 신뢰의 기준 제시

폭스바겐 ID.3 배터리 내구성 테스트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만약 4년 동안 차를 모는 동안 배터리 성능이 10% 남짓 감소한다면,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ADAC의 장기 테스트는 바로 이 의문을 현실로 바꿨다. 독일 란츠베르크의 첨단 기술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실험은 평범한 주행은 물론, 고속 충전과 완전 충전 상태 장기 유지 등, 실제 생활에서 흔치 않은 극한의 조건까지 동원했다.

시험에 쓰인 차량은 77kWh 배터리를 품은 ID.3 프로 S 모델. 혹시 배터리 관리를 소홀히 해서 성능 저하가 커진 게 아니냐고 묻는 이도 있겠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폭스바겐의 꾸준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배터리 수명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겨울철 단거리 운행조차 효율성을 희생시키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안정적인 차체와 부품 내구성 동반 입증

폭스바겐 ID.3 배터리 내구성 테스트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사람들은 전기차를 생각하면 배터리만 떠올리지만, 실제로 내구성의 퍼즐은 훨씬 더 복잡하다. 이번 장기 실험에서 ID.3는 차체와 서스펜션, 조향 장치 등 주요 부품 역시 16만km를 달린 후에도 본래의 견고함을 간직했다. 심각한 마모, 뜻밖의 고장, 주행 중 불안감 모두 찾기 어려웠다.

폭스바겐의 핵심 관계자는 이런 결과가 ID 시리즈 전체의 품질을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이 같은 내구성이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ID.3로 시작된 신뢰, ID.4로 확장

폭스바겐 ID.3 배터리 내구성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ID.3 모델이 아직 미국엔 없다지만, 그 기술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ID.4는 이미 북미 시장에서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한 모델의 성공 사례가 브랜드 전체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향후 폭스바겐은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 즉 배터리의 내구성을 앞세워 중고차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ADAC 결과가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전기차를 오래 타도 중고차 가치는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는 사실, 이제는 믿을 만하다.

소비자 인식 변화와 시장의 반응

오랫동안 중고 전기차는 ‘배터리가 걱정’이라는 편견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16만km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한 거리가 아니다. 전기차를 오랜 시간,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하더라도 값어치가 남는다는 실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테스트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에게 강한 신호를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의 불안감이 신뢰로 바뀌는 순간, 전기차 시장의 판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