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의 균형추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다가온 세금 정책의 변화가 기업, 시장, 그리고 평범한 투자자들의 일상에 미묘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 정부의 방향 전환은 단순히 숫자 몇 개를 고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거대한 기류가 바뀌는 지금, 그 여파는 재무실의 계산기부터 증권가의 거래 단말기까지 곳곳을 진동시키고 있다.

감세에서 증세로, 조용한 기조 변화

법인세 인상 논란 이미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늘어난 세금 고지서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줄어드는 세금’이 귀에 익숙했다면, 이제는 ‘늘어나는 세수’가 뉴스의 중심을 차지한다.

정부는 2025년 세제 개편안에서 법인세율 인상, 대주주 기준 하향, 거래세 조정 등 굵직한 변화를 예고했다. 한때 화제가 됐던 부유층 감세 정책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정상화’라는 이름 아래 이전의 세율 구간이 복원될 조짐이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상향될 전망이다. 2022년 103조 6000억 원이던 법인세 수입이 2023년에는 62조 5000억 원으로 급감한 사실이 정책 전환의 단초가 되었다. “이대로라면 댐에 금이 간다”는 경고가 정치권 안팎에서 들린다.

금융시장과 투자자, 촉각 곤두세운다

법인세 인상 투자자 반응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주식시장의 공기는 미묘하게 변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도 강화된다. 이전엔 5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이들에게만 해당되던 기준이, 이젠 10억 원만 넘어도 세금이 따라붙는다. 누군가엔 먼 이야기였던 세목이 이제는 ‘우리 동네’ 뉴스가 되어 돌아온 셈이다.

증권거래세 역시 인상이 검토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2023년 기준으로 거래세의 10분의 7 이상을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만큼 “세금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당소득세와 기업의 셈법 변화

배당소득세 인상 영향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번 변동의 또 다른 축은 배당소득 관련 제도 손질이다. 정부는 일정 이상의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에 대해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방식을 검토한다. 기존에 2000만 원을 넘는 금융소득에는 45%까지 세율이 적용됐지만, 이제는 구간별로 나뉘어진 세율이 도입될 전망이다.

흥미로운 점은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사실이다. 통신, 보험, 은행 등 배당률 40%를 웃도는 업종은 이번 조정에서 한숨 돌릴 수도 있을 듯하다.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는 이미 배당소득에 우호적인 세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된 것으로 보인다.

균형 찾기, 쉽지 않은 수술

법인세 인상 논란 이미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누구를 위한 세제 개편인가? 시장의 일부에서는 투자 심리 위축과 부담 증가를 염려한다. 특히 기술 투자에 집중하는 신산업 기업들은 배당이 적어 상대적으로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정부 측은 부담 완화를 위해 분리과세 확대와 고배당 장려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 하지만, 증권거래세 인상과 대주주 기준 강화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선 여전히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국회와 정부, 마지막 열쇠는 어디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전 정부의 감세 기조가 재정의 뿌리를 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세제의 구조 자체를 바로잡아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최종 결정은 올 하반기 국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당정 협의, 국회 심사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세법 개정안이 확정된다. 정책은 숫자로 발표되지만, 그 결과는 우리의 가계부와 투자 포트폴리오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변화의 방정식 속에서 누가, 어디서, 얼마나 무게를 나눠질 것인가. 세금의 파도는 이미 출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