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는 게 바보 짓이었을까?’ 이런 의문이, 예전엔 남의 이야기 같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몇 주 정부의 새로운 부실채권 청산 정책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오랫동안 대출금 상환에 힘써온 시민들의 씁쓸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소액 장기 연체자 구제의 문이 활짝 열리는 사이, 꼬박꼬박 상환을 이어온 이들은 허탈감을 토로한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는 질문이 공론장을 채운다. 보상 없는 성실이 오히려 손해라는 냉소, 그 뒤에 억울함과 울분이 뒤섞였다.

정책 방향 전환 흐름

빚 탕감 정책 전환 흐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7일 정부는 113만 명에 이르는 소액 장기 연체자의 빚을 털어주기 위한 대규모 구제 방안을 공개했다. 7년 넘게 갚지 못한 5000만 원 이하의 채무를 대상으로 국가와 금융권이 함께 8000억 원을 투입하는 식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프로그램 운영을 맡고, 금융기관이 쌓아둔 총 부실채권 규모는 16조 원이 넘는다.

이 같은 결정은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경기 침체와 자영업자 한계 돌파를 위한 고심의 결과였다. 그러나 정책 발표 직후 ‘내가 고생해서 갚은 의미가 뭐냐’는 상환자들의 불만이 곧장 터져나왔다.

상환자들의 반응과 불만

빚 탕감 정책에 분노한 상환자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거리의 목소리는 거칠다. “‘연체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 자조가 이어진다. 정기적으로 원리금을 갚았던 이들 사이에선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됐다. 일부에겐 이는 ‘노력하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구조’라는 냉소로 번졌다.

충청권 타운홀 미팅에서 한 시민은 대통령에게 직접 “빚을 제때 갚은 사람이 외면받는다면 누가 성실하게 살아가겠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공정성 논란이 커지자, 당국은 곧장 상환자 지원책 마련에 착수했다.

새롭게 제시된 지원책

빚 탕감 정부 지원 정책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정부는 오랜 기간 성실하게 갚아온 이들을 위한 맞춤형 보상책도 공개했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최대 150만 원의 이자 경감 혜택을, 폐업 경험이 있는 경우 최대 30년간 분할 상환과 3%대 금리 대출이 가능해진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해 보증 기간을 7년에서 15년으로, 금리는 1%포인트 낮추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기존에는 회생·파산 등 채무조정 정보를 금융권이 최대 5년간 공유했지만, 앞으로는 1년만 성실하게 상환하면 정보 삭제도 앞당겨진다.

지원의 기준과 그늘

빚 탕감 기준 논란 이미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모두를 위한 구제’가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도박이나 주식투자, 유흥 등 불건전한 사유로 발생한 빚까지 구제 대상이 된다면 사회적 역풍이 불 수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대출 목적을 까다롭게 검증해, 부적격자는 사업자등록번호 등으로 걸러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출 경위의 투명한 확인 없이는 정책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장 중심의 추가 대책

정부는 ‘성실 상환자의 박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폭넓은 금융 지원책까지 설계 중이다. 예컨대 대출을 더 유리하게 갈아탈 수 있는 제도,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등이 논의된다. 또, 개인사업자를 위한 실질적 맞춤 정보와 업종별 분석 자료 제공도 예고됐다.

현장 단체들은 “연체자만 챙길 게 아니라, 꾸준히 빚을 갚아온 이들에게도 정책 순위가 돌아가야 한다”고 요청한다. 이에 당국은 여러 부처와 협업해 원스톱 지원 플랫폼 구축도 검토 중이다.

정책 설계의 숙제

7~9월, 구체적 실행계획이 발표될 전망이다. 오랜 시간 성실함을 지켜온 이들이 ‘불이익 받는 일’이 없도록, 정책 세공의 정교함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번 논란은 ‘구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