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이 들어온 내수 경제에도,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만큼은 거침이 없었다. 2024년 상반기, 국내 도로 위를 누비는 독일산 고급차들이 유난히 자주 눈에 띄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계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사회의 새로운 단면이 보인다.

그 중심엔 의외로 20대가 있다. 주변에서 “요즘 젊은 친구들이 벤츠나 BMW, 아우디를 모는 게 흔해진 것 같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경기 침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이들은 고가 수입차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 소비자가 이끄는 프리미엄 자동차 열풍

20대 인기 독일 고급차 판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7천만 원 이상의 독일 브랜드 차량이 올 상반기 국내에서 약 7만5천 대나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명 중 1명 이상이 늘어난 수치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이 주도하던 시장이었지만, 통계는 뜻밖의 변화를 보여준다.

특히 20대 운전자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20대가 구입한 독일 3사 차량은 1,200여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뛰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절반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BMW가 그 중심에 서 있고, 벤츠와 아우디, 테슬라가 뒤를 잇는다.

이제 수입차 매장 앞에서 부모님의 손을 잡은 청년, 혹은 리스 상담 중인 20대 직장인을 목격하는 건 더 이상 특별한 광경이 아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이른바 ‘영 프리미엄’ 트렌드가 뚜렷하다. 소비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시장과 국산차의 명암 차이

독일 3사 고급차 판매 증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흥미롭게도 국내 완성차 판매량은 같은 기간 2% 남짓 오르는 데에 그쳤다. 반면, 벤츠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 6개월 동안 팔린 7천만 원대 이상 고급 모델만 해도 7만4천여 대에 달한다.

BMW의 대형 세단인 7시리즈는 올해 한국에서만 1억5천만 원대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20% 이상 뛰었다. 글로벌 판매 3위를 기록할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의 프리미엄 선호도가 높아졌다. “경기가 어렵다지만, 일부 소비층의 구매력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금리, 경기 불황이 중저가 차량 수요를 위축시키는 반면, 고가 차량은 오히려 구매력이 집중된다”며 “자동차 시장에도 양극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량 선택 성향과 구매 방식의 변화

20대 독일 고급차 구매 트렌드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차종 선택에서도 세대별, 성별 차이가 두드러진다. 20대 남성은 세단을, 여성은 SUV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한편, 고가 수입차를 구매한 여성들 사이에서는 벤츠에 대한 선호도가 특히 높다.

또한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우회구매’도 적지 않다. 리스나 가족 명의로 차량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실제 20대의 수입차 소유 비율은 공식 수치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처럼 고급차 시장의 성장 이면에는 새로운 소비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전통적 구매 패턴에서 벗어난 젊은 세대의 등장,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욕구가 맞물린 결과다.

시장 반응과 향후 전망

수입차 열풍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판매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국산차 업계는 고급화 전략과 브랜드 재정립을 고민하는 한편,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들은 젊은 소비자 층을 겨냥한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시장에서의 양극화가 소비 전반의 흐름을 반영한다”며,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도로 위에서 마주칠 젊은 운전자와 그들의 프리미엄 자동차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