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자동차 시장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과거 ‘투박하다’, ‘특수 목적용이다’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던 픽업트럭과 컨버터블이 도심에서도 익숙한 모습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고전적 취향이 뚜렷한 중장년 운전자들도 ‘내 차고에 한 대쯤?’이라는 기대감으로 이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선입견을 깨고 등장한 선택지, 그리고 제조사들의 과감한 신차 전략이 맞물리면서, 예전과는 전혀 다른 판이 펼쳐지고 있다. 분위기가 바뀐 건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숫자와 소비 패턴, 그리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이 모두 새롭게 짜여지는 중이다.

자동차 구매 기준의 변화

전기 픽업트럭 인기 상승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올해 상반기,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는 국내에서 픽업트럭이 약 1만 1,290대, 오픈카가 2,866대 팔렸다고 집계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픽업트럭은 절반 이상, 오픈카는 10명 중 4명 가까이 더 많이 선택된 셈이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다.

이제 차량을 고를 때 ‘실용성만 따진다’는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 여가 생활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맞춤형 선택, 그리고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개성 차종’에 대한 욕구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반전

국내 픽업트럭 인기 급상승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다. 국산 픽업 시장에서 기아 타스만KG모빌리티 무쏘 EV가 경쟁 구도를 만들며, 서로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타스만은 직선적이면서도 세련된 외관으로 ‘멋진 픽업도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무쏘 EV는 실구매가를 3,000만 원대 초반으로 맞추면서 전기차 보조금, 화물차 혜택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펼쳤다.

자동차 소비자 리서치에서는 앞으로 2년 내 차량을 바꿀 계획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10명 중 1명꼴로 타스만에 호감을 보였고, 무쏘 EV 역시 비슷한 주목을 받고 있다.

소비자 취향과 시장 흐름의 만남

한국 픽업트럭 인기 상승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픽업트럭이 ‘사업용 자동차’라는 딱지를 떼어내기까지는, SUV의 인기와 함께 캠핑·레저 문화 확산이 큰 몫을 했다. 특히 전기차 판매가 주춤한 와중에도 무쏘 EV는 예외적으로 꾸준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보통 신차는 출시 직후 잠깐 화제가 됐다가 이내 관심이 줄어드는데, 이 두 모델은 예외적으로 구매 의향이 오래 지속되는 점이 눈에 띈다.

오픈카의 새로운 접근법

오픈카 시장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벤츠는 CLE 카브리올레, AMG SL 등 다양한 모델로 공격적으로 라인업을 늘려 상반기 1,235대를 팔았다. 이는 작년 같은 시기보다 무려 5배 가까운 증가세다. CLE 카브리올레의 경우, 1억 원 이하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곧 국내에 공식 출시를 앞둔 마이바흐 SL 등 새로운 고급 모델도 시장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도 오픈카의 존재감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

이제 국내 시장에서는 단지 ‘뜨거운 신차’가 아니라 ‘색다른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픽업트럭과 컨버터블, 예전엔 엄두도 못 냈던 차종들이 실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도 확연히 변하고 있다.

변화의 진원지는 소비자다. 자동차가 주차장에 머무는 시간이 아닌, 일상과 여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바뀌는 지금, 앞으로 어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질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