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회색 도로 위에서, 이제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마주치는 차량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한국산 자동차다. 한때 유럽 시장의 변방에서 맴돌던 현대차기아가, 영국 자동차계의 전통적인 ‘빅5’를 뒤흔들며 역사의 한 장을 새롭게 썼다.

한때 ‘저렴한 대체품’ 정도로 여겨지던 국산차가, 2024년 6월 영국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최초로 나란히 5위권에 진입했다. 그야말로 ‘의외의 반전’이다. 영국 자동차공업협회가 공식 집계한 이번 통계는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조차 ‘이럴 줄이야’라는 반응을 이끌었다.

시장 반응과 전망

현대차 기아 영국시장 반응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현지 자동차 시장을 들여다보면, 현대차는 지난 달 영국에서 한 달 동안 약 1만100대의 차량을 팔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명 중 1명꼴로 더 많이 구매한 셈이다. 기아 역시 1만43대 판매를 기록, 5위로 직행했다. 두 브랜드가 동시에 상위권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영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현대차의 ‘투싼’과 기아의 ‘스포티지’였다. 투싼은 2024년 상반기 1만5천대 이상이 팔려 10위 내 자리를 굳혔고, 스포티지는 같은 기간 동안 2만3천대가 넘게 팔리며 차종별 2위를 차지했다. 전통적으로 독일과 영국 브랜드에 의존하던 소비자들이, 점차 한국차를 ‘실질적 선택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판매 동향 및 성장 배경

현대차 기아 영국 판매 성장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현대차는 지난해 영국에서 총 9만1천여 대를 판매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4만8천7백여 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5%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하반기에는 신차 ‘아이오닉9’의 출시 효과가 더해지면, 올해 안에 10만 대 판매라는 이정표를 넘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아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6개월간 6만2천대가 팔리며, 영국 내 브랜드 순위 3위까지 뛰어올랐다. SUV 스포티지를 앞세워 영국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전기차 ‘인스터’(국내명 캐스퍼 일렉트릭)는 출시 첫 달에만 천백여 대가 팔리며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업계 분석 결과

현대차 기아 영국 톱5 진입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유럽, 그 중에서도 영국 시장은 ‘보수와 고집의 상징’으로 불린다. 새로움보다는 검증된 전통을 중시하는 곳이지만, 지금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품질과 실용성을 앞세운 한국차가, 기존 강자들을 위협하며 신뢰를 얻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차는 저렴한 대안이 아닌, 실제로 선택할 만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다. 두 브랜드의 이번 동반 진입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영국 도로 위를 누비는 한국차의 행보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쓸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