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오랫동안 이어진 고요를 깨고, 마침내 다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움츠러들었던 한국산 전기차 수출이 최근 들어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유럽에서 강하게 불어온 변화의 바람이 있었다.

지난 6월, 오래도록 닫혀 있던 문이 열린 듯, 국산 전기차의 해외 수출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동안 이어진 긴 침체기를 뒤로하고, 산업계에는 다시금 희망의 기운이 돌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도 이에 발맞춰 친환경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이중 효과가 기대되는 분위기다.

유럽 시장에서 불붙은 수요 증가

유럽행 국산 전기차 수출 증가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무엇이 한국산 전기차에 다시 엔진을 달아줬을까? 정답은 유럽연합의 새로운 정책이었다. 2024년 들어 유럽 각국에서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의 고삐가 한층 더 조여지자,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독일, 네덜란드 등지에서 한국 브랜드의 신차들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유럽 시장에 선보여진 EV3와 캐스퍼EV 같은 모델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유럽발 수요 급증이 곧장 수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미국 시장의 관세 변수와 불확실성

미국 전기차 관세 변수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반면,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트럼프 관세’로 인해, 한국산 전기차에 25%의 높은 관세가 붙으면서 미국 수출길이 한층 험난해졌다. 미국으로 수출된 전기차는 작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더해, 9월부터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되던 세액공제 혜택의 종료가 예고돼 있다. 이로 인해 하반기에는 미국 내 전기차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내수 시장에서의 회복세

국산 전기차 내수 시장 회복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흥미로운 점은 국내 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6월 한 달 동안 전기차 판매 대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0명 중 3명이 늘어난 셈이며, 2만2200대가 판매됐다. 이는 두 달 연속 2만 대를 넘어선 수치다.

국산 브랜드를 포함한 친환경차 전반의 인기도 식지 않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량이 무려 16개월 내내 늘어나고 있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중심축이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산업 전체 실적과 향후 과제

올해 6월, 자동차 수출 전체를 들여다보면, 63억4000만 달러라는 역대 6월 최고 기록이 나왔다. 이 가운데 한국지엠의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현대차의 코나, 펠리세이드 등이 주인공 역할을 했다. 자동차 부품 역시 전년보다 2.5% 늘어난 18억 달러어치가 해외로 나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의 친환경차 수요 급증과 중고차의 인기 덕분에 미국 수출 감소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노사 간 갈등, 불투명한 세계 무역 환경 등 여러 도전이 기다리고 있어, 정부와 업계 모두 수출 확대와 미래차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