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의 지형도가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친환경차 전환에 올인할 것 같던 볼보가, 플래그십 SUV의 ‘생명 연장’ 카드를 꺼냈다. 전기차로만 달릴 것이라는 기존의 약속에 제동이 걸린 셈. 업계에서는 냉각된 글로벌 전기차 열기와 각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이번 결정은 볼보의 미래 청사진에도 크고 작은 균열을 예고한다. XC90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에 구매고객들은 변화의 폭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편, 완전히 새로운 하이브리드 기술의 등장과 함께, 볼보가 내연기관과 전동화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관심이 모인다.

볼보의 상품 전략 변화와 시장 상황

볼보 XC90 3세대 신형 SUV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EX90이 무대에 오르며 XC90의 퇴장이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분위기였다. 하지만 볼보는 기존의 예상을 뒤집고, 세 번째 세대의 XC90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볼보 경영진은 공식적으로 이 결정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라인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0년 가까이 유지됐던 XC90의 틀을 완전히 벗고, 유럽 시장을 겨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면에 나선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새로운 배터리의 용량이다. 향후 출시될 XC90은 40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품는다. 이를 통해 한 번 충전 시 180킬로미터(중국 기준)를 달릴 수 있는데, 이는 지금 국내 판매되는 XC90 T8이 보여준 70킬로미터 안팎보다 2배 이상 긴 거리다. 이런 진보를 통해, 볼보는 친환경차 전환이라는 큰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 선택폭을 넓히는 묘안을 내놓았다.

내연기관 정책의 흔들림과 제조 거점 변화

볼보 XC90 내연기관 변화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볼보는 “2030년까지 전기차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최근 전기차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한풀 꺾인 데다, 미국에서 수입차 관세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볼보는 미국 찰스턴 공장에서 2027년부터 XC60을 생산할 예정이다. 동시에 미국 내 수입차 판매는 중단된다. 소형 SUV EX30의 생산지도 중국에서 벨기에로 옮겨가며, EX60 역시 스웨덴 공장에서 2026년부터 조립된다. 플랫폼 역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부 외신에서는 볼보가 그동안 쓰던 SPA 플랫폼 대신, 지리자동차의 SMA 플랫폼을 신규 XC90에 적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사용 경험 혁신과 디자인 변화

볼보 3세대 XC90 신형 디자인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차량을 구매하는 35~60대 고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실내 경험과 디자인이다. 이번에 부분 변경된 2세대 XC90에는 ‘볼보 카 UX’라는 최신 정보 시스템이 도입됐다. 이 시스템은 운전 중에도 한눈에 원하는 기능을 조작할 수 있게 설계돼, 휴대폰에 익숙한 세대에게도 거부감이 적다. 티맵모빌리티와의 협력 결과가 곳곳에 녹아 있다.

외관 역시 과감히 손질됐다. 새롭게 적용된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간결해진 범퍼, 그리고 재활용 소재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실내가 인상적이다. 볼보는 여전히 전기차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그 속도와 방향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모습이다.

향후 시장 전망과 소비자 선택의 기로

SUV 시장의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볼보의 이번 변화는 내연기관과 친환경차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열었다. 앞으로 구매고객들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넘나들며 자신에게 맞는 이동 수단을 선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볼보의 전략적 선택이 다른 제조사들에게도 영향을 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